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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한국일보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신분도용 피해로 주택구입 꿈 좌절

By August 26, 2021No Comments
  • “신분도용 피해 입으셨네요. 모기지 대출 안 나옵니다”

요즘 내 집 구하기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바이어가 많다. 집값이 크게 오르고 매물이 없는 탓도 있지만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유로 주택 구입이 좌절되기도 한다. 바로 신분 도용 범죄 피해를 입어 그동안 내 집 마련을 위해 쏟아부은 노력이 안타깝게도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있다.‘설마 내가’하기 쉽지만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신분 도용 범죄 피해 사례를 보면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이 주택 구입을 앞두고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신분 도용 피해가 없는지부터 살피라고 조언한다.

◇ 설마가 사람 잡는다

꿈에 그리던 매물을 찾아 오퍼를 제출하려고 하는데 대출 은행으로부터 모기지 대출이 힘들다는 연락을 받는다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대출이 안 되는 이유가 바이어의 재정적인 원인이 아니라 신분 도용 범죄 피해 때문으로 밝혀졌다면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 쉽다. 대부분의 바이어가 ‘설마 내가?’하겠지만 미국에서만 연평균 약 1,440만 명의 성인이 신분 도용 피해를 입고 있고 이중 상당수는 주택 구입을 앞두고 피해 사실이 발견돼 주택 구입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신분 도용 범죄자들은 피해자의 이메일이나 우편 등을 통해 소셜 시큐리티 번호와 같은 핵심 개인 정보를 빼낸 뒤 훔쳐 낸 정보로 크레딧 카드 계좌를 개설해 사용하거나 일부 거액을 대출받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피해자는 주택 구입을 앞두고 크레딧 리포트를 발급받아 본 뒤에야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금액이 기록된 것으로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놀라는 것은 둘째치고 사용 금액이 제때 상환되지 않아 연체 상태로 기록됐거나 금액이 너무 많아 부채 비율이 높아졌다면 일단 모기지 대출을 받는 일은 물 건너 간 상태다. 전문가들은 신분 도용 피해로 내 집 마련의 길까지 막히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주택 구입에 앞서 항상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나도 모르게 개설된 계좌 있나

주택 구입을 위한 모기지 대출 신청을 앞두고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크레딧 리포트를 발급받아 점검하는 것이다. 크레딧 점수를 확인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신분 도용 피해 등의 오류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크레딧 리포트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 크레딧 리포트는 에퀴팩스, 익스페리안, 트랜스유니온 등 3대 개인 신용 평가 기관을 통해 발급받을 수 있고 정부 운영 웹사이트 ‘www.annualcreditreport.com’을 통해서도 연 1회 무료로 신청이 가능하다.

크레딧 리포트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은 새로 계설된 계좌와 대출금 상환 기록이다. 자신이 신청하지 않은 크레딧 카드 계좌가 크레딧 리포트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면 신분 도용 피해를 입은 것으로 의심할 수 있다. 신분 도용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제때 복구하려면 크레딧 리포트와 은행 거래 내역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길밖에 없다.

사이버 범죄 전문가 샌드라 에스토크는 “대부분 금융 기관이 피해 발생 후 60일 이내에 신고하면 피해 금액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피해자의 책임이 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확인을 통해 비정상적인 거래를 제때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크레딧 카드 회사가 운영하는 사기 방지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도 신분 도용 피해를 막는데 효과적이다. 비정상적인 거래가 발생하면 크레딧 카드 명의자에게 거래 내역이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로 전달된다. 신분 도용 피해로 의심되는 거래 내역이 전송될 경우 크레딧 카드 회사에 바로 연락해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 이미 발생한 피해도 복구 가능하다.

◇ 피해 발견 즉시 조치 취해야

일부 피해자는 주택 구매 오퍼를 제출하기 전에 신분 도용 피해 사실을 발견하기도 하고 일부는 오퍼가 수락된 뒤 모기지 대출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대출 은행에 의해 피해 사실이 보고되기도 한다. 신분 도용 피해 사실 발견 시점이 언제이든 상관없이 곧바로 조치를 취해야 피해 복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신분 도용 피해 유형에 따라서도 피해 복구 기간이 결정된다. 세금과 관련된 신분 도용, 소셜 시큐리티 번호 도용, 의료 비용과 관련된 신분 도용 등은 주택 구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피해 유형이다. 이들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의 크레딧 점수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부채 상환 비율’(DTI)이 높아져 모기지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진다.

신분 도용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즉시 3대 신용 평가 기관에 연락해 크레딧을 동결시켜 추가 피해를 막도록 해야 한다. 대출 은행 등에 의한 크레딧 기록 접속이 필요한 경우 동결 해제를 신청할 수 있고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면 재동결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 다음 지역 경찰국, ‘연방 통신 위원회’(FTC) 등의 기관에 피해 사실을 보고해야 한다.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크레딧 카드 거래 내역이나 은행 거래 내역과 관련된 증빙 서류를 모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 피해 복구 중이라면 대출 은행과 상담 재개

신분 도용 피해 규모와 정도에 따라 피해 복구에 수년씩 걸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주택 구입의 꿈이 완전히 좌절된 것은 아니다. 3대 신용 평가 기관에 피해 사실을 보고한 뒤 수시로 크레딧 리포트를 발급받아 복구 절차가 진행 중인지를 확인하도록 한다. 피해 거래 내역이 삭제되고 떨어진 크레딧 점수가 오르는 것이 확인됐다면 모기지 대출 은행과 대출 가능성 여부에 대해 문의를 시작해도 좋다.

모기지 대출 사전 승인 여부를 결정할 때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자동 승인 절차 시스템을 활용하는 대출 은행이 많다. 크레딧 리포트 상에 신분 도용 피해 사실이 길게는 수년씩 보고되기 때문에 자동 승인 시스템을 거칠 경우 크레딧 점수가 복구됐더라도 사전 승인이 거부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이럴 경우 대출 은행 담당자가 직접 사전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밟아달라고 대출 은행 측에 요청한다. 그래야 은행 측에 신분 도용 피해 사실과 피해 복구 상황을 적절히 설명할 기회가 생기고 대출 승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출처] 미주 한국일보 2021년 8월 26일